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109

게르니카-이지엽-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79) 게르니카1 이지엽(1958~ ) ​ 24대의 전투 비행기가 5만 발의 포탄을 퍼부었다 울부짖는 말과 멍한 황소, 죽은 아이를 안고 절규하는 어머니, 잘린 팔과 부러진 칼, 불에 타고, 쓰러지고, 겁에 질린 눈, 분할되고 왜곡된 흑백 톤의 음산함, 출구가 너무 좁았다 스페인의 작은 도시 게르니카의 장날이었다 *게르니카:1937년 피카소의 그림(캔버스에 유채,776x349cm)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79번째 시는 이지엽 시인의 “게르니카1”입니다. 게르니카는 스페인 북부에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스페인 내전은 1936년 7월 스페인의 두 번째 공화국에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약 3년에 걸쳐 일어난 전쟁입니다. 공화정을 지지하는 공화파와 입헌군주제를 옹호..

시든 꽃-신단향-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78) 시든 꽃 신단향 ​ 엊그제, 생일날 배달온 꽃이 시든다. 꽃잎 사이사이 링거처럼 물방울 대롱거리는데 길 떠나려 서두르는 중이다. 활짝 핀 웃음 흘려주지 않고 꽃봉오리 얼굴 꽉 굳은 채, 잎 옹그리고 고개 숙인 채, 낯선 길목이 두려워 옹그려지는 듯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78번째 시는 신단향 시인의 “시든 꽃”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 어린아이와 꽃을 선물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린아이와 꽃은 그만큼 우리에게 특별한 존재입니다. 어린아이는 마음대로 취할 수 없지만 꽃은 마음먹기에 따라 가꿀 수도 있고 살 수도 있습니다. 활짝 핀 꽃을 본다는 것은 마음이 밝아지고 환해진다는 뜻이며, 그렇기 때문에 꽃은 칭송의 대상이었습..

혼수를 뜯다-서양숙-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77) 혼수를 뜯다 서양숙(1957~ ) ​ 외출했다 일찍 들어온 날, 당신은 뜯어보았던 내 이불 홑청을 다시 꿰매고 있었지요 혼수 이불 속 솜을 확인하고 있었지요 목화가 라일락이 되어 있을까 봐요? 목화가 목련이 되었을까 봐요? 목화입니다 목화솜입니다 아니, 내 엄마가 밤새 바스러 넣은 하얀 찔레꽃입니다 핏빛 숨긴 찔레꽃입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77번째 시는 서양숙 시인의 “혼수를 뜯다”입니다. 결혼은 한 개인과 개인이 만나 하나의 집안을 세우는 일입니다. 가풍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상호 조화 융합을 이루면서 새로운 가풍을 가진 집안을 만드는 일이지요. 결혼은 그래서1+1=2가 아니라 1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통계적으로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