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다시 하얗게-한영옥-

불량아들 2013. 5. 16. 14:44

다시 하얗게

-한영옥-


어느 날은

긴 어둠의 밤 가르며

기차 지나가는 소리, 영락없이

비 쏟는 소리 같았는데


또 어느 날은

긴 어둠의 밤 깔고

저벅대는 빗소리, 영락없이

기차 들어오는 소리 같았는데


그 밤기차에서도 당신은

내리지 않으셨고


그 밤비 속에서도 당신은

쏟아지지 않으셨고


뛰쳐나가 우두커니 섰던 정거장엔

얼굴 익힌 바람만 쏴하였습니다

다시 하얗게 칠해지곤 하는 날들


맥없이 눈이 부시기도 하고

우물우물 밥이 넘어가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