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스크랩] 시골에서 전화가 왔네

불량아들 2006. 3. 6. 09:49
시골에서 전화가 왔네


늦은 시간
시골에서 어머니 전화가 오네
오늘
장팔리 아주머니가 돌아가셨다 하네
멀쩡하게
산 두렁에 있는 밭의 비닐을 거두다가,
어지러워서 병원에 갔다가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다 하네
그 양반
밭에 올 때마다
물 마신다며 들어와
객지에 있는 딸 자랑 해가 지도록 늘어놓더만
참 좋게 세상 사시더만
벌서 돌아가셨네
하시네
장팔리 아주머니 선행이 꼬리를 무네
전화기 속의 목소리가 하도 간절하기도 하여
나는 장단만 맞추는데
"야야, 근디 왜 좋은 사람들은 빨리 돌아가시는지 몰라"
전화기 저쪽, 시골 어머니의 목소리가
서울의 바쁜, 아들내미의 귓전을 아직도 맴도네


*아빠가 살던 고향은 아주 깊은 산골이었지요.
지난 가을에도 성묘를 갔다가 산 속 개울에서 가재를 잡았었지요.
장팔리 아주머니는 입심 좋고 인심 좋아서 누구나 좋아했지요.
아빠가 얼굴을 뵌 지도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겠네요.
세월은 속일 수 없는 것인지
그런 장팔리 아주머니도 하늘 나라 양로당에 광 팔러 가셨네요.
밤 늦도록 홀짝 홀짝 술을 마셔대다가
어머니 전화를 받으니 왜 그렇게 시골 생각이 나는지요.
지금쯤 시골 논두렁의 쑥들은 갓 시집 온 색시마냥
부끄럽게 얼굴을 내밀고 있겠지요.
앞산의 고사리들은 기지개를 켜고 있겠구만요.
좋은 사람들은 빨리 돌아가시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과의 좋은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은
엄마의 이쁜 마음 때문이라는 걸
시골의 엄마는 아시는지 모르겠당게요.

출처 : 뷰티라이프사랑모임
글쓴이 : 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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