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일기 37

성북구에서 제일 예쁜 가게

성북구에서 제일 예쁜 가게, BeautyLife 성북구 동소문동에 있는 가게이다. 간판과 내부 모습이 무척 예쁘다. 아마 성북구 가게 중에서는 제일 예쁠 듯! 입구의 꽃들이 손님을 반기는 듯하다. 안에 들어서니 미모의 주인이 활짝 웃으며 맞아준다. 각종 이불에서부터 베개, 커버, 여성속옷(팬티, 브레지어 등), 남녀잠옷, 양말, 여성의류 등이 아기자기하게 진열돼 있다. 미모의 가게 대표의 말에 따르면 질 좋은 제품을 싸게 파는 게 이 가게의 모토란다. 음악도 잔잔하게 나오는 게 카페 분위기다. 쿠션과 앞치마, 속옷 몇 개를 샀다. 주인 언니 말마따나 가격 대비 만족도 만점이다. 자리앉기를 권하며 커피를 내려주는데 커피맛 또한 일품이다. 역시 공짜라서 그런가.ㅎㅎ 우리 동네에 이런 가게가 하나쯤 있었으면 ..

부부일기 2021.04.26

인물천선

인물천선 성북천을 아내와 걷고 있는데 뻥을 좀 치자면 사람보다 개들이 더 많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그 외로움을 반려견에서 찾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리라. 개들의 모습도 천양지차다. 앙증맞게 귀여운 푸들, 시추, 치와와 그리고 위엄을 자랑하는 아프간 하운드까지... 귀여운 개를 만나면 발길을 떼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구 이뻐라.” “솜털이 굴러가네.” “늘씬한 다리가 미스코리아감이네.” 등등의 말로 친밀감을 표현한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참으로 못생긴(?) 쭈글이 개와 만났다. “와, 니 얼굴은 완전 개판이다.” 아내가 말하고 까르르 웃는다. 그러곤 자기가 태어나던 때를 얘기한다. 장모께서 아내를 낳자 많은 이웃들이 모였다. 갓난아기를 본 이웃들은 한결같이 아기가 예쁘다거나 공주 같다는 말은 ..

부부일기 2021.01.28

말조심을 해야 하는 이유

말조심을 해야 하는 이유 아내와 성북천을 걷다보면 재미있는 일이 많다. 강아지가 변을 보고 바닥을 뒷발로 긁는 모습은 여간 귀엽지 않을 수 없다. 참새와 비둘기의 먹이 싸움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늘은 오리 한 마리가 먹이 사냥을 하다가 물살이 조금 센 여울목 앞에서 용을 쓰고 있다. 물살을 넘지 못 하고 미끄러지고 마는 어미 오리의 모습이 안쓰럽다. 우리 부부는 과연 그 오리가 물살을 넘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두어 번 미끄러진 오리가 다시 한 번 도전을 하더니 또다시 물살에 떠밀린다. 얼마 후, 포기하는가 싶더니 다시 도전. 그러나 역시나 물살에 떠밀리는 오리. 아내는 “쟤 바보 아냐, 날아서 넘어가면 되지.” “그러게나 말이야. 날개는 뒀다 어디에 쓰려고, 바보군 바보.” 우리는 ..

부부일기 2020.12.10

화분 두 개의 행복

화분 두 개의 행복 아내와 집 근처 정릉천으로 산책을 나갔다. 정릉천은 옛 시골을 생각나게 하는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정감이 가는 곳이다. 오늘은 정릉천을 따라가다 옆길로 샜는데, 산비탈을 타고 올망졸망 모여 있는 집들이 마치 70년대의 산동네를 연상케 한다. 옛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우리 부부는 풍광 구경에 바쁘다. 고개를 넘어 하산길에 이르는데 산 중턱에 허름한 집이 한 채 보인다. 집 뜰 감나무에는 붉은 감이 연등을 밝힌 것처럼 환하고 많은 꽃들이 집을 빙 둘러 에워싸고 있다. 눈길이 머무르지 않을 수 없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꽃을 좋아하나 봐요?” 60세 중반은 돼 보임직한 아주머니께서 손을 까불러 들어와 구경하고 가란다. 멈칫멈칫 하다가 성화(?)에 못 이기는 척하고 집에 들어서자 만..

부부일기 2020.11.30

지금 늦둥이가 가능하기나 해

지금 늦둥이가 가능하기나 해 퇴근 후 아내와 만났다. 사무실 옆에 있는 대한극장에 가서 모처럼만에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손을 잡고 극장으로 가던 중 아내가 “근처에 편의점 있을까?” 묻는다. “글쎄, 뭐 살 거 있남?” 되묻자 생뚱맞게 돌아온 대답, “자기는 좋겠어. 젊은 여자와 살아서...” “???” 내 의문의 표정에 까르르 까르르 웃기만 하더니, “나 청춘으로 되돌아가려나 봐. 아까부터 생리를 하네.” 생리 끝난 지 족히 2~3년은 된 것 같은데 갑자기 무슨 일이란 말인가. “영화고 뭐고 후딱 집에 가서 늦둥이나 보자.” 나는 급한 마음에 아내 손을 이끌고 극장 반대편으로 향했던 것이다.

부부일기 2020.11.19

'철없는 봉봉이'와 '보살님'의 해후?(19禁)

‘철없는 봉봉이’와 ‘보살님’의 해후? (19禁) 아내가 열흘 이상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니 옆에서 보기 안쓰럽다. 안쓰러운 이는 나만이 아니다. 아내는 나의 심볼을 ‘철없는 봉봉이’라고 부르고, 나는 아내의 거시기를 ‘보살님’이라고 부른다.(부부들은 민망하기 때문에 흔히 은어를 쓰고 있지 않은가!) 운동을 해야만 불면증이 사라질 수 있다고 잠자리에서 몇 번 애원(?)을 해보기도 했지만 ‘보살님’의 주인인 아내는 요지부동이다. ‘철없는 봉봉이’는 기대를 잔뜩 했다가 고개 숙이기 일쑤고... 어젯밤에도 퇴짜를 맞고 철없는 봉봉이는 기가 죽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며 옆자리의 아내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출근하기 전에 구청에 들렸다 가야겠어.” “구청엔 왜?” 아내가 의아한 ..

부부일기 2020.08.25

철없는 동네 주민

철없는 동네 주민 우리 부부는 동네 산책을 자주 한다. 저녁을 먹고 손잡고 도란도란 동네 구경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동네를 걸으면서 걱정도 늘어간다. ‘이 안경점은 오늘도 손님이 없네. 어쩐대.’ ‘여기보다는 지난 달 오픈한 빵집이 문제야. 1~2층 세가 350만원이나 된다던데...’ ‘저 친구는 오늘도 졸고 있네.’ ‘이 미용실은 너무 훤해. 전기세도 나오지 않겠다.’ ‘꽃집을 이렇게 크게 해서 타산이 맞겠나?’ 등등 생활에 보탬이 되지 않는 걱정들이다. 가끔 즐거운 풍경도 보인다. 손님이 꽉 찬 식당이 보이면 신이 나고, 며칠 전 오픈한 꽈배기집 앞에 줄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보면 행복하다. 손님이 없어 카페 앞 길가에 나와 있다가 산책하는 우리 부부를 보며 한잔 하자고 반갑게 발길 잡는 ..

부부일기 2020.08.06

자뻑도 수준급

자뻑도 수준급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출근하기 위해 창밖을 보니 빗방울이 보이지 않는다. 우산을 챙기지 않고 모닝 뽀뽀만 하고 아파트 문을 나오자 비가 부슬부슬. 집에 들어가 아내와 다시 모닝 뽀뽀를 하고 우산을 챙겨 나왔다. 한참을 걷다 뭔가 허전하다 싶어 주머니를 뒤져보니 이번엔 마스크를 놓고 나왔다. 다시 들어가 마스크를 챙기고 또 모닝 뽀뽀. 아파트 문을 나서 또 걷다보니 아뿔사 이번엔 서류를 놓고 나왔다. 현관문을 여니, 아내 가슴을 쾅쾅 치며, “어휴 이쁜 내가 죄지. 회사 가지 말고 그냥 나랑 노올자.” 이만하면 자뻑도 수준급이다.

부부일기 2020.07.23

2000원 버는 법

2000원 버는 법 아내는 맥주를 좋아한다. 청소를 하면서 한 잔, 밥을 지으면서 한 잔, 책을 읽으면서 한 잔, 이러니 냉장고에 맥주가 가득해야만 안심한다. 요즘 거개의 편의점에서는 수입맥주 4캔을 만 원에 판다. 아내 신났다. 어젯밤엔 둘이 손잡고 산책을 하는데, “자기 이천 원 벌게 해줄까?” 뜬금없는 질문을 하곤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뚤레뚤레 따라 들어가니 그곳에서는 수입맥주 4캔을 9천 원에 판다. 8캔을 계산하니 18000원. “다른 곳에서 샀으면 20000원인데 이곳에선 18000원이니 2000원 번거야.” 마치 로또 1등에 당첨된 듯 신이 났다. “아따 이 사람아, 맥주를 사지 않았으면 18000원이나 벌었을 거 아냐.” 점잖게 한 마디 해주고 앞서 걸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2000원..

부부일기 2020.07.01

민망한 참견

민망한 참견 오늘도 아내와 함께 성북천을 걷고 있다. 성북천 옆, 새로 조성한 꽃밭에 무리지어 피어 있는 곳이 예쁘디 예쁘다. “요 이쁜 꽃 이름이 뭘까?” “핸드폰에 꽃 검색하는 기능 있잖아.” “글쿤.” 아내의 말에 핸드폰을 들이민다. ‘양비귀’ 우리 부부는 속으로 다시 한 번 꽃 이름을 외우며 손을 잡고 걷는다. 잠시 후, 양귀비꽃에 핸드폰을 들이대며 촬영하고 있는 호기심 많은 아내 또래쯤의 아주머니를 본다. 우리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촬영에 열중하고 있는 아주머니 귀에 대고 “양귀비”라고 큰소리로 말해놓고 민망해 손 놓고 각자 뛴다. (2020년 6월 9일)

부부일기 2020.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