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일기

인물천선

불량아들 2021. 1. 28. 15:08

인물천선

성북천을 아내와 걷고 있는데 뻥을 좀 치자면 사람보다 개들이 더 많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그 외로움을 반려견에서 찾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리라.

 

개들의 모습도 천양지차다. 앙증맞게 귀여운 푸들, 시추, 치와와 그리고 위엄을 자랑하는 아프간 하운드까지...

 

귀여운 개를 만나면 발길을 떼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구 이뻐라.”

“솜털이 굴러가네.”

“늘씬한 다리가 미스코리아감이네.”
등등의 말로 친밀감을 표현한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참으로 못생긴(?) 쭈글이 개와 만났다.

 

“와, 니 얼굴은 완전 개판이다.”

 

아내가 말하고 까르르 웃는다. 그러곤 자기가 태어나던 때를 얘기한다.

 

장모께서 아내를 낳자 많은 이웃들이 모였다.
갓난아기를 본 이웃들은 한결같이 아기가 예쁘다거나 공주 같다는 말은 하지 않고,
“송 선생 애기 잘 낳아서 다행이어라.”라고 말했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갓난아기가 빼빼 마르고 거기다 거무튀튀한 피부를 가졌으니 예뻐 보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잘 낳아서 다행’이라고 할밖에...

 

개에게 ‘개판 얼굴’이라 말하고 나서 아내는 장모께서 해주신 옛날 얘기가 생각났던 것이다.

 

‘빼빼 마르고 거무튀튀한’
‘잘 낳아서 다행’인 그 아기가 이제 이렇게 어엿한 미인(?)이 되어 있으니,
이 남편의 사랑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이었냐고
신랑은 어깨에 힘을 주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