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245

하루살이 생각

하루살이 생각 화장실에 앉아서 볼일을 보다가 갑자기 변기물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불손한 생각 유명시인이 보내온 신간시집 속에 내 시가 떡하니 박혀 있다는 오만한 생각 견종이 같은 우리 집 개와 그대 집 개가 바뀌지 않았을까, 억울한 생각 가을 은행잎이 황금동전이었으면, 배짱 큰 생각 머릿속 지식이 사는 데 도움이 전혀 안 된다는 허망한 생각 하루살이 생각은 얼마나 오래갈까 생각은 깊고 생활은 짧네 2024년 1월호

자작시 2024.01.05

가벼운 것에 대하여

가벼운 것에 대하여 페인트가 벗겨지고 있는 벤치 머리가 하얗게 빛나는 할아버지 두 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커피 줄이 선명한 종이컵을 든 두 손이 간헐적으로 떨리고 있다 두 눈만은 형형하게 빛나고 긴 시간이 흐른 듯하다 손자뻘 되는 사내애가 아차, 하는 사이 푸른 풍선을 허공에 날렸다 대롱대롱 가볍기만 하다 날아가는 것과 떨어지는 것은 모두모두 가볍다고 한 할아버지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낙엽이 페인트가 벗겨지고 있는 벤치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2023년 11월호

자작시 2024.01.05

긴말이 모든 것을 말하진 않는다

긴말이 모든 것을 말하진 않는다 -정두심 부산 금정구지회장 -국장님 건강하시지예 -거기도 날씨 좋지예 -그냥 전화했심더 그렇다 살아가는데 주저리주저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은 그냥 알아주는 법이라고 부산의 멋쟁이 한 미용인은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우리가 구구절절 말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살이 -됐다마 부산의 멋쟁이 미용인 이 한마디 세상의 불협화음 다 이해시키기도 하고 잘 사는 길 잘 가르치기도 하고... 하늘나라에서도 잘 지켜줄 것이지예 2023년 8월호

자작시 2024.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