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245

봄, 아지랑이

봄, 아지랑이 꽃잎 흩날리는 봄날 아침 부고 소식을 듣다 향년 96세 한 세기의 시작과 끝 보이지 않는 숫자 속에 세월의 흐름만 흑백과 컬러로 뒤엉키고 봄날 오후의 시작은 찬연하다 아지랑이와 함께 새로운 소식은 오고 아기의 첫 세상 나들이 울음소리 요란했으리 무엇을 하였던가 물어볼 새도 없이 죽음과 탄생은 끊어진 시간과 메워야 할 공간 사이로 드나들고 봄볕 저리 아롱대는 이유를 진정 모르겠네 2021년 5월호

자작시 2024.01.04

부정 모정

부정父情 모정母情 영국의 말기암 환자 닉 로즈 이혼한 그에게는 4살 된 아들이 있었네 천사 같은 아들이 있었네 죽기 몇 달 전,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복지관을 헤매었네 혼자 남을 아들을 친자식처럼 보살펴줄 양부모를 가까스로 찾은 후 그는 홀연히 세상을 떠났네 마지막으로 자기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하네 2018년 7월, 그리스 아티키주 해안지역에서 산불이 났네 산불은 지옥의 재림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해안가 절벽까지 사람들을 내몰았네 산불이 사그라지고, 해안가 막다른 절벽에서 산불을 등지고 자식을 품에 안고 숨져 있는 26명의 어머니가 있었네 등까지 불탔으나 자식은 품에 꼭 안고 있었다 하네 허리 아프신 어머니 김장김치 또 보내셨네 2021년 2월호

자작시 2021.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