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정원-정한용-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75) 팔월의 정원 정한용(1958~ ) 꽃이 환하네요, 어머니, 개망초인지 애기망초인지, 뜨거운 여름빛에 새하얗게 부서져요. 저기 산나리인지 땅나리인지, 노랗게 웃는 애들도 있어요, 이게 다 어머니 얼굴이면 좋겠어요. 아범아, 내 생전에 화단 가꾸길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9.09.18
빅풋-석민재-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73) 빅풋 석민재(1975~ ) 군함처럼 큰 발을 끌고 아버지가 낭떠러지까지 오두막집을 밀고 갔다가 밀고 왔다가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스텝을 맞추며 말기 암, 엄마를 재우고 있다 죽음을 데리고 놀고 있다 죽을까 말까 죽어줄까 말까 엄마는 아빠를 놀..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9.07.19
남한강 입춘-차용국-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8) 남한강 입춘 차용국(1963~ ) 어젯밤 입춘 손님이 문턱을 넘어오는 봄소식 하나쯤은 증표로 내놓아야 한다고 비 한 줌 살짝 뿌리고 갔는데 그 정도로 언 강이 다 풀리겠느냐며 여전히 표독스러운 동장군 심술에 동면에 빠진 척 숨 고르는 강변 까치만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9.02.14
늙은 식사-양문규-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4) 늙은 식사 양문규(1960~ ) 숭숭 구멍 뚫린 외양간에서 늙은 소 한 마리 여물을 먹는다 인적 드문 마을의 슬픈 전설 허물어진 담장 위에서 캄캄한 어둠 속으로 흘러내린다 한낮의 논배미 출렁이는 산그림자를 되새김질하듯 물 한 대접 없이 우직우직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10.31
울음-고재종-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3) 울음 고재종(1959~ ) 너 들어 보았니 저 동구밖 느티나무의 푸르른 울음소리 날이면 날마다 삭풍 되게는 치고 우듬지 끝에 별 하나 매달지 못하던 지난 겨울 온몸 상처투성이인 저 나무 제 상처마다에서 뽑아내던 푸르른 울음소리 너 들어 보았니 다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10.01
호박 오가리-복효근-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0) 호박 오가리 복효근(1962~ ) 여든일곱 그러니까 작년에 어머니가 삐져 말려주신 호박고지 비닐봉지에 넣어 매달아놨더니 벌레가 반 넘게 먹었다 벌레 똥 수북하고 나방이 벌써 분분하다 벌레가 남긴 그것을 물에 불려 조물조물 낱낱이 씻어 들깻물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6.25
나무와 나는-김병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9) 나무와 나는 김병호(1971~ ) 나무가 멀리로 떠나지 못하는 까닭은 제 몸에 쟁여놓은 기억이 많아서이다 얼룩종다리새의 첫울음이나 해질녘에서야 얇아지는 남실바람의 무늬 온종일 경을 읽는 뒤 도랑의 물소리들 나무는 그것들을 밤새 짓이겨 동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5.28
프리미어 리그-박상천-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6) 프리미어 리그 박상천(1955~ ) 프리미어 리그 시즌이면 식구들 모두 잠든 한밤중이건 새벽이건 거실에 혼자 앉아 텔레비전 중계를 보며 즐거워하던 당신, 잠이 많던 당신이 자지 않고 축구경기를 보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했다. 그래도 당신이 있을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2.23
기차표 운동화-안현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4) 기차표 운동화 안현미(1972~ ) 원주시민회관서 은행원에게 시집가던 날 언니는 스무 해 정성스레 가꾸던 뒤란 꽃밭의 다알리아처럼 눈이 부시게 고왔지요 서울로 돈 벌러 간 엄마 대신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함께 갔던 언니는 시민회관 창틀에 매달려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1.05
너는 섬이 아니다-신현림-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3) 너는 섬이 아니다 신현림(1961~ ) 너는 섬이 아니다 레고 조각같이 우리는 가까이 이어져 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53번째 시는 신현림 시인의 ‘너는 섬이 아니다’입니다. 며칠 전 늦은 저녁, 아무개 시인이 술에 잔뜩 취해 전화..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7.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