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남한강 입춘-차용국-

불량아들 2019. 2. 14. 11:40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8)



남한강 입춘

차용국(1963~ )

 

어젯밤 입춘 손님이

문턱을 넘어오는 봄소식 하나쯤은

증표로 내놓아야 한다고

비 한 줌 살짝 뿌리고 갔는데

 

그 정도로

언 강이 다 풀리겠느냐며

여전히 표독스러운 동장군 심술에

동면에 빠진 척 숨 고르는 강변

 

까치만 분주히 강으로 달려가

윤슬* 한 움큼 물고 와서는

나뭇가지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봄 손님 마중 채비에 재잘재잘 신났다

 

*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68번째 시는 차용국 시인의 남한강 입춘입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제일 반가운 손님 중 하나가 봄소식이 아닐까요. 겨우내 움츠려 있다가 입춘 지나 우수, 경칩을 전후하여 언 강이 풀리고 시냇가에 버들강아지 때깔을 내기 시작하면 우리의 마음과 몸도 가벼워지기 시작합니다.

세월은 유수와 같아서 그 혹독했던 겨울 추위도 입춘에 즈음하여 봄소식 하나쯤으로 비 한 줌 살짝 뿌려 줍니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지요. 그러나 여전히 표독스러운 동장군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습니다. 모두 투항하라는 듯 심술을 부려 마지막 북풍한설을 내려 보냅니다. 꽃샘 추위지요. 그렇다고 우리는 손들지 않습니다. “동면에 빠진 척할 뿐이지요. 봄은 기어이 오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세상 모두는 알고 있는데 동장군만이 모르고 있을 뿐이네요.

 

영특한 까치윤슬 한 움큼 물고새순을 기다리는 나뭇가지마다 폴짝폴짝 뛰어다니며봄소식을 잘도 전하고 다닙니다. 좋은 소식은 듣는 이나 전해주는 자나 신나기 마련입니다. ‘나뭇가지 사이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재잘재잘 신났다는 까치에게서 신명과 함께 이웃에 대한 따뜻한 마음씨를 읽을 수 있습니다.

 

겨울 가뭄과 함께 경제난으로 마음이 꽁꽁 언 찬 겨울의 연속입니다. 그렇지만 언젠가 봄은 우리 곁에 다가올 것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봄소식을 알리는 까치가 되어 가까운 이웃에게 멀리 사람들에게 재잘재잘 신나게 떠들어봅시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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