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 시인 33

전화-박상천-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08) 전화 박상천(1955~ ) 아침이면 전화기를 들여다보며, 그녀의 이름이 몇 번쯤 찍혔는지에 따라 전날 밤 나의 술 취한 정도를 가늠하곤 했다. 술에 취해 어딘가에서 졸고 있을지 모를 나를 위해 응답 없는 전화를 계속 걸어대던 아내. 이젠 전화기에 그의 이름이 뜨지 않은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난 아직 그의 번호를 지우지 못한다. 번호를 지운다고 기억까지 지울 수 없을 바엔 내게 관대했던 미소와 아직 생생한 목소리를 떠올리며 고맙고 미안했던 그녀에게 응답 없는 전화라도 걸고 싶기 때문이다. 그곳, 아내의 전화기엔 나의 이름이 뜨고 있을까?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08번째 시는 박상천 시인의 “전화”입니다. 우리는 많은 사랑 속에서 삶을 영위합니다..

<우리 사이에 시가 있었네> 출간

Editor’s Letter 정과 의리 참된 미용인의 면모를 알 수 있는 출간 기자가 미용실 프랜차이즈로 성공한 미용인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그 교훈적인 내용을 미용인들께 전해 주고자 만든 책이 2018년 4월에 나온 입니다. 그 책을 완성하고 나서 미용계와 미용인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책을 구상하게 되었고, 그 결과 우리 잡지에 ‘미용인보’라는 꼭지를 만들었습니다. 기자는 ‘미용인보’를 연재하면서 몇 가지 규칙을 정했습니다. 첫째는 평소 기자와 소통을 하며 유쾌한 에피소드를 많이 공유하고 계신 미용인 둘째는 미용인으로서 자기 나름의 세계를 구축하고 계신 분 셋째는 미용인의 정과 의리를 가지신 분 넷째는 마음이 아름답고 멋을 아시는 미용인 등이 그것입니다. 이런 규칙에 따라 ‘미용인보’는 지난..

열매론-이향란-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89) 열매론 이향란(1962~ ) 익었다는 것은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꽃의 시간을 지나 하나의 열매가 영글었을 때 그리고 그것이 땅을 향해 툭, 온몸을 던질 때 열매는 이미 두려움을 잊을 만큼 연약한 가지에 매달린 생에 익숙해진 것이다 모진 바람과 따가운 햇볕과 온갖 벌레로부터 산책을 하다가 이름 모를 나무에 빼곡히 매달린 작은 열매를 본다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짐 없이 빨갛게 열매로 타오르는 것들 지나가는 이의 시선을 모으거나 새나 벌레의 먹이가 되거나 이도저도 아닌 시간 속에 머물다 떨어질지라도 열매는 두려움이 없다 이름 없는 나무의 열매로 맺히기까지 그 모든 것들로부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낙과로 마지막을 장식할지라도 미련이나 두려움 없이 뛰어내릴 수 있었던..

그대에게 가는 저녁-권지영-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84) 그대에게 가는 저녁 권지영(1974~ ) 어떤 말은 너무 깊어 꺼낼 수 없어요 어떤 말은 너무 얕아 꺼낼 수 없어요 어떤 말로도 그대를 대신 할 수 없어요 내가 유일하게 돌아갈 그대라는 단 하나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84번째 시는 권지영 시인의 “그대에게 가는 저녁”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말을 합니다. 그 말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도 하지만 때론 독이 되어 되돌아옵니다. 세상이 소음으로 뒤덮인 요즘 말도 또 하나의 공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표현하고자 할 때 시의적절한 말을 찾는 것은 가난한 집 밥상에서 고기를 찾는 것만큼 요원할 뿐입니다. 더구나 그 대상이 내 마음속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

코뚜레-신휘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82) 코뚜레 신휘(1970~ ) 한 일 년 쇠죽을 잘 끓여 먹이고 나면 아버지는 송아지의 콧살을 뚫어 코뚜레를 꿰었다. 대나무나 대추나무를 깎아 어린 소의 콧구멍에 구멍을 낸 뒤 미리 준비해둔 노간주나무로 바꿔 꿰는 작업이었다. 코뚜레는 단단했고, 어린 소의 코에선 며칠씩이나 선홍빛 피가 흘러내렸다. 소는 이내 아픈 코에 굳은살이 박였는지 오래지 않아 한결 유순하고 의젓한 소가 되어 있었다. 그러면 아버지는 그 놈을 몇 달 더 키운 뒤 일소로 밭에 나가 부리거나 제값을 받고 먼 시장에 내어다 파는 것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사납고 무서웠던지, 오십이 다 된 나는 지금까지 코뚜레를 꿰지 못한 어린 소로 살고 있다. 누가 밖에 데려다 일을 시켜도 큰일을 할 자신이 없었거니..

<한국미용예술경영학회>등재 후보지 선정과 <한국미용복지연합회> 창립

Editor’s Letter 의 KCI 등재 후보지 선정과 의 창립 지난 11월 15일 논현동에 위치한 임피리얼 팰리스호텔에서는 뜻깊은 자축연이 열렸습니다. 다름 아닌 의 학회지가 KCI 등재 후보 학술지로 선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미용계에는 많은 학회가 있고 저마다 개성 있는 학회지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미용예술경영학회지는 지난 2007년 창간하여 13년 만에 그 알찬 맺게 되었습니다. 물론 등재 후보지가 되었다고 해서 바로 등재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등재 후보지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미용계에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김성남 회장은 양미숙, 박은준, 진용미 부회장 등에게 그 공로를 돌렸지만 회장, 부회장 이하 회원 모두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기자는 생각합니다. 앞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