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풋-석민재-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73) 빅풋 석민재(1975~ ) 군함처럼 큰 발을 끌고 아버지가 낭떠러지까지 오두막집을 밀고 갔다가 밀고 왔다가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스텝을 맞추며 말기 암, 엄마를 재우고 있다 죽음을 데리고 놀고 있다 죽을까 말까 죽어줄까 말까 엄마는 아빠를 놀..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9.07.19
저수지에 빠진 의자-유종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71) 저수지에 빠진 의자 유종인(1968~ ) 낡고 다리가 부러진 나무 의자가 저수지 푸른 물속에 빠져 있었다 평생 누군가의 뒷모습만 보아온 날들을 살얼음 끼는 물속에 헹궈버리고 싶었다 다리를 부러뜨려서 온몸을 물속에 던졌던 것이다 물속에라도 누..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9.05.21
꽃다지-서대선-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70) 꽃다지 서대선(1949~ ) 눈 내린 새벽 남의 집 살러가는 열두 살 계집아이 등 뒤로 눈 속에 묻히는 작은 발자국 멀리서 대문 닫아 거는 소리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70번째 시는 서대선 시인의 “꽃다지”입니다. ‘시는 말하는 그림이..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9.04.17
이, 별-심종록-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9) 이, 별 심종록(1959~ ) 대리석 바닥 위를 몰려왔다 몰려가는 사람들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뜨거운 입맞춤을 하고서는 모르는 사이처럼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 초저녁달처럼 싱싱한 이, 별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9.03.21
한낮 한낮 격렬한 섹스 후의 나른함 같은, 유월의 햇살이 느리게 땅을 달구고 있는 사이 개미들은 식량을 물고 분주하다 게으른 나무는 옆 나무에게 눈을 흘기고 늙은 선풍기는 앓는 소리를 내고 있을 때 모습이 보이지 않는 닭 울음소리가 길게 울렸다 시집 속의 글자들은 입속으로 굴러들어.. 자작시 2018.07.05
나도 대중시를 써야겠다 나도 대중시를 써야겠다 이른 저녁을 먹습니다 아내와 집 뒤 큰 절로 산책을 나갑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 몇 그루와 교복을 입은 소녀가 나올 것 같던 골목길을 헐어내고 큰 절은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큰절이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큰 절에서 공양한 무료 커피를 뽑아들고 밤 하늘, .. 자작시 2018.07.05
부고 부고 어느 날 갑자기 나 죽거든 봉투에 꽃씨나 각자 넣어주오 민들레나 자운영 봉숭아 홀씨 되어 툭, 세상 어느 한자리 내려앉아 꽃물 들이고 있으리니 어느 날 갑자기 부고 오는 날 봉투에 꽃씨나 넣어주오 <뷰티라이프> 2018년 4월호 자작시 201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