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한낮

불량아들 2018. 7. 5. 10:20

한낮

 

격렬한 섹스 후의 나른함 같은,

유월의 햇살이 느리게 땅을 달구고 있는 사이

개미들은 식량을 물고 분주하다

게으른 나무는 옆 나무에게 눈을 흘기고

늙은 선풍기는 앓는 소리를 내고 있을 때

모습이 보이지 않는 닭 울음소리가 길게 울렸다

 

시집 속의 글자들은

입속으로 굴러들어오고

검은 점 몇 개,

허공을 양분하며 날아가고 있었다

 

<뷰티라이프>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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