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나도 대중시를 써야겠다

불량아들 2018. 7. 5. 10:19

나도 대중시를 써야겠다

 

이른 저녁을 먹습니다

아내와 집 뒤 큰 절로 산책을 나갑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 몇 그루와

교복을 입은 소녀가 나올 것 같던 골목길을 헐어내고

큰 절은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큰절이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큰 절에서 공양한 무료 커피를 뽑아들고

밤 하늘, 밤 공기에 행복해진 아내는

어느 수녀 시인의 시를 줄줄 잘도 외웁니다

시인의 아내라는 사람이

남의 시를 잘도 외웁니다

목소리 좋다며 박수를 쳐주지만

산책에서 돌아온 나는

책상에 앉아

-나도 대중시를 써야지

머리를 질끈 동여매지만

어디 대중시라고 줄줄 써지나요


창 밖에선 개가

어둠을 향해 컹컹컹 짖습니다

 

<뷰티라이프> 201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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