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을 까다
시골의
어머니께서 콩을 한 자루나 보내셨습니다
반쯤 취한 채 들어온 아들은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 함께 콩을 깝니다
알콩달콩 콩을 깝니다
콩 한 알이 또르르 마룻바닥을 굴러 갑니다
취한 아들은 콩을 잡으려다 콩콩콩 바닥을 구릅니다
아내가 눈을 흘기며 크게 크게 웃습니다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것은
콩이 아니라
아들 내외의 행복한 시간입니다
콩을 까는 것은
콩 껍질을 벗기는 일이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을, 여름을 견뎌낸 노고를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바람도 깊게 깊게 남쪽에서 불어옵니다
<뷰티라이프> 2018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