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콩을 까다

불량아들 2019. 8. 26. 11:56

콩을 까다

 

시골의

어머니께서 콩을 한 자루나 보내셨습니다

반쯤 취한 채 들어온 아들은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 함께 콩을 깝니다

알콩달콩 콩을 깝니다

콩 한 알이 또르르 마룻바닥을 굴러 갑니다

취한 아들은 콩을 잡으려다 콩콩콩 바닥을 구릅니다

아내가 눈을 흘기며 크게 크게 웃습니다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것은

콩이 아니라

아들 내외의 행복한 시간입니다

콩을 까는 것은

콩 껍질을 벗기는 일이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을, 여름을 견뎌낸 노고를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바람도 깊게 깊게 남쪽에서 불어옵니다

 

<뷰티라이프>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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