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몇
쉰 몇을 지나면서 알겠네
오월의 보리는 왜 이리 새파란지
수박 속은 왜 새빨갛게 익었는지
황금들녘의 벼 익어가는 소리 보이네
저녁노을이 빚는 색깔 들리네
쉰 몇이 되니 알겠네
신작로의 자갈은 왜 자동차 바퀴에 튕겨나가는지
파도는 왜 성을 내는지
너는 왜 나에게 보이지 않았는지
밤사이 많은 바람이 다녀갔고
머리는 새하얗게 변하였으며
너의 잘못이 내 잘못이었음을
쉰 몇이 되니 알겠네
오늘도 바람은 일고
너와 내가 어떻게 하나가 되어야 하는지
알 듯도
모를 듯도 하네
쉰 몇은 끝이 아니네
<뷰티라이프> 2018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