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너는 섬이 아니다-신현림-

불량아들 2017. 11. 27. 10:43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3)


너는 섬이 아니다

신현림(1961~ )

 

 

너는 섬이 아니다

레고 조각같이

우리는 가까이 이어져 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53번째 시는 신현림 시인의 너는 섬이 아니다입니다.

 

며칠 전 늦은 저녁, 아무개 시인이 술에 잔뜩 취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요놈의 세상이 술을 마시게 만든다, 글은 써지지 않고 엉뚱한 놈들만 출세한다.’는 게 술타령의 요지였습니다. 변변한 문학상 하나 못 받은 것도 그 시인을 슬프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저만 외롭다고 합니다. 저만 슬프다고 합니다. 죽을 맛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많은 이들 중 죽을 만큼 슬프고 외로운 일을 겪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신현림 시인은 그런 이들에게 말합니다, ‘너는 섬이 아니다라고. ‘레고 조각같이/ 우리는 가까이 이어져 있다고 어깨를 두드려줍니다. 이 말보다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말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짧은 시이지만 그 어떤 웅변보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파장과 울림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인간의 사회 활동이 여타 동물들의 삶과 다른 점은 타자(他者)에게 얼마나 많은 위로와 애정을 갖고 있느냐의 것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너는 단지 외로이 떨어져 있는 섬이 아니라는 인식, 너와 나는 남이라는 관계 속에서만 형성되어지는 사이가 아니라는 인식, 이것이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이유 아니냐고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레고 조각같이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정을 붙이며 살고 있는 것이 우리 인간 아니냐고 말하고 있습니다. 삶은 험난하고 큰 물결, 잔물결이 하루도 빠짐없이 일렁대더라도 섬은 결국 이어져 있는 육지가 아니냐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외롭고 쓸쓸한 날이면 이 시를 읽어야겠습니다. 그러면 시인의 따뜻한 손길이 어느 새 이마에, 어깨에 내려져 우리를 평온한 위안의 세계로 인도할 것입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17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