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하루살이 생각

불량아들 2024. 1. 5. 14:22

하루살이 생각

 

화장실에 앉아서 볼일을 보다가

갑자기 변기물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불손한 생각

유명시인이 보내온 신간시집 속에

내 시가 떡하니 박혀 있다는

오만한 생각

견종이 같은 우리 집 개와

그대 집 개가 바뀌지 않았을까,

억울한 생각

가을 은행잎이

황금동전이었으면,

배짱 큰 생각

머릿속 지식이

사는 데 도움이 전혀 안 된다는

허망한 생각

 

하루살이 생각은

얼마나 오래갈까

생각은 깊고

생활은 짧네

 

<뷰티라이프> 202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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