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가벼운 것에 대하여

불량아들 2024. 1. 5. 14:20

가벼운 것에 대하여

 

페인트가 벗겨지고 있는 벤치

머리가 하얗게 빛나는 할아버지 두 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커피 줄이 선명한 종이컵을 든 두 손이

간헐적으로 떨리고 있다

두 눈만은 형형하게 빛나고

긴 시간이 흐른 듯하다

손자뻘 되는 사내애가

아차, 하는 사이

푸른 풍선을 허공에 날렸다

대롱대롱 가볍기만 하다

날아가는 것과 떨어지는 것은

모두모두 가볍다고

한 할아버지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낙엽이

페인트가 벗겨지고 있는 벤치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뷰티라이프> 202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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