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것에 대하여
페인트가 벗겨지고 있는 벤치
머리가 하얗게 빛나는 할아버지 두 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커피 줄이 선명한 종이컵을 든 두 손이
간헐적으로 떨리고 있다
두 눈만은 형형하게 빛나고
긴 시간이 흐른 듯하다
손자뻘 되는 사내애가
아차, 하는 사이
푸른 풍선을 허공에 날렸다
대롱대롱 가볍기만 하다
날아가는 것과 떨어지는 것은
모두모두 가볍다고
한 할아버지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낙엽이
페인트가 벗겨지고 있는 벤치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뷰티라이프> 2023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