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일기

말조심을 해야 하는 이유

불량아들 2020. 12. 10. 12:22

말조심을 해야 하는 이유

 

아내와 성북천을 걷다보면 재미있는 일이 많다.

강아지가 변을 보고 바닥을 뒷발로 긁는 모습은 여간 귀엽지 않을 수 없다. 참새와 비둘기의 먹이 싸움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늘은 오리 한 마리가 먹이 사냥을 하다가 물살이 조금 센 여울목 앞에서 용을 쓰고 있다. 물살을 넘지 못 하고 미끄러지고 마는 어미 오리의 모습이 안쓰럽다.

 

우리 부부는 과연 그 오리가 물살을 넘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두어 번 미끄러진 오리가 다시 한 번 도전을 하더니 또다시 물살에 떠밀린다.

얼마 후, 포기하는가 싶더니 다시 도전. 그러나 역시나 물살에 떠밀리는 오리.

 

아내는 쟤 바보 아냐, 날아서 넘어가면 되지.”

그러게나 말이야. 날개는 뒀다 어디에 쓰려고, 바보군 바보.”

 

우리는 혀를 끌끌 차다가 서로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오리가 우리 소리를 들을까 싶은 마음이 서로 동시에 들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연거푸 네 번을 실패한 오리가 날개를 펴더니 훌쩍 날아 여울목을 넘어간다.

 

우리는 깔깔깔 웃으며, ‘쟤가 우리 얘기 들었군. 바보라고 해서 미안해.’

속으로 말하며 발걸음을 빨리 하고 말았다.

 

 

'부부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북구에서 제일 예쁜 가게  (0) 2021.04.26
인물천선  (0) 2021.01.28
화분 두 개의 행복  (0) 2020.11.30
지금 늦둥이가 가능하기나 해  (0) 2020.11.19
'철없는 봉봉이'와 '보살님'의 해후?(19禁)  (0) 2020.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