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우리 나라 어머니 -서정주-

불량아들 2006. 4. 3. 10:57
우리나라 어머니

아들이 여름에 염병에 걸려
외딴집에 내버려지면
우리나라 어머니는
그 아들 따라 같이 죽기로 작정하시고
밤낮으로 그 아들 옆에 가 지켜내면서
새벽마다 맑은 냉수 한 사발씩 떠놓고는
절하고 기도하며 말씀하시기를
“이년을 데려가시고
내 자식은 살려주시옵소서”
하셨나니......
그러고는 낮이면
가뭄에 말라 가는 논도랑을 찾아
거기서 숨 넘어가는 송사리떼들을
모조리 바가지에 쓸어모아 담아 가지고는
물이 아직 안 마른 못물로 가서
거기 넣어 주면서
“너희들도 하느님께 사정을 하여
내 아들을 도와 살려내게 해다우”
하시며
거듭 거듭 거듭 거듭 당부하고 계셨었나니......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센 놈 -이진수-  (0) 2006.04.03
수선화에게 -정호승-  (0) 2006.04.03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0) 2006.04.01
계란 한 판 -고영민-  (0) 2006.04.01
사는 이유 -최영미-  (0) 200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