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설야 -김광균-

불량아들 2006. 4. 5. 10:21

설야(雪夜)

희망의 문학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나려 나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우에 고이 서리다.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재삼-  (0) 2006.04.05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0) 2006.04.05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0) 2006.04.05
안개 -기형도-  (0) 2006.04.05
사평역에서 -곽재구-  (0) 200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