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83) 바닥에 대하여 오성인(1987~ ) 할당된 몫을 비우고도 밥그릇 핥는 데 여념이 없는 개, 바닥 깊숙이 스민 밥맛 하나라도 놓칠세라 잔뜩 낮춘 몸 지금 그의 중심은 바닥이다 온몸의 감각을 한군데로 끌어모으는 나차웁고 견고한 힘 모든 존재들은 낮은 데서 발원하나 생이 맨 처음 눈뜨고 마지막 숨들이 눕는 계절이 첫발을 내디뎠다가 서서히 발을 거두어들이는 최초이며 최후인 최선이거나 최악인 더는 낮아질 일도 붕괴될 일도 없는 낮은 벽, 혹은 천장 낮춘다는 것은 삶과 죽음의 무게를 동시에 겪어 내는 일, 혼신을 다해 희로애락애오욕을 지탱해 내는 일 그러므로, 나는 낮을 것이다 개의 혀가 밥그릇 너머의 피땀까지 닦아 내듯, 이생과 그 너머의 생까지 두루 읽어 낼 일이다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