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82) 코뚜레 신휘(1970~ ) 한 일 년 쇠죽을 잘 끓여 먹이고 나면 아버지는 송아지의 콧살을 뚫어 코뚜레를 꿰었다. 대나무나 대추나무를 깎아 어린 소의 콧구멍에 구멍을 낸 뒤 미리 준비해둔 노간주나무로 바꿔 꿰는 작업이었다. 코뚜레는 단단했고, 어린 소의 코에선 며칠씩이나 선홍빛 피가 흘러내렸다. 소는 이내 아픈 코에 굳은살이 박였는지 오래지 않아 한결 유순하고 의젓한 소가 되어 있었다. 그러면 아버지는 그 놈을 몇 달 더 키운 뒤 일소로 밭에 나가 부리거나 제값을 받고 먼 시장에 내어다 파는 것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사납고 무서웠던지, 오십이 다 된 나는 지금까지 코뚜레를 꿰지 못한 어린 소로 살고 있다. 누가 밖에 데려다 일을 시켜도 큰일을 할 자신이 없었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