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글

[스크랩] 참 좋은 글 하나------봄비(김용택)

불량아들 2006. 3. 6. 14:04
아침에 비가 뿌리더니, 오후에는 날씨가 활짝 개고
맑은 햇살이 쏟아진다.
학교에서 7500원을 받을 일이 있어서,
그저께 성현이가 나에게 8000원을 가지고 왔는데,
잔돈 500원이 없어 내주지 못하다가 오늘 내주었는데,
성현이는 자꾸 자기가 8500원을 냈으니
1000원을 거슬러 달라는 것이다.
성현이에게 네가 낼 돈이 7500원이기 때문에
네가 8500원을 낼 리가 없다고 논리적으로 자세히 설명을 해도
성현이는 끝내 마음을 풀지 않고 뚱한 얼굴이다.
때로 아이들에게는 이성과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답답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공부 시간에 배운
민들레를 찾으러 운동장 가를 돌아다녔으나, 찾지 못했다.
대신 작은 풀꽃들을 보았다.
개불알꽃이라는 꽃이다.
남색 꽃잎이 네 장인 이 꽃은 이름이 좀 거시기 하지만
풀꽃들 중에서 제일 일찍 핀다.
땅에 딱 붙어서 피는 이른 봄 풀꽃들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빙 둘러앉아 꽃을 보고 있는데,
어디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어? 아이들과 나는 동시에 놀랐다.
학교 뒤 작은 도랑에서 개구리들이 울고 있었다.
! 우루루 달려갔다.
우리가 달려가니 개구리가 울음을 뚝 그친다.
아이들에게 쉿! 하며 발소리를 죽였더니 금방 다시 운다.
오랜만에 듣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맑다.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은 김에 학교 뒤에 있는 밭가로 가 본다.
비 맞아 촉촉하게 땅들이 보드랍다.
학교 뒤에서 바라보는 강변에도 봄빛이 무르익고 있다.
아이들과 나란히 서서 강과 들과 산,
마을에 오는 봄을 오래 바라본다.
버들가지가 피어나고 고기들은 깊은 물에서 풀려 나오리라.

교실에 들어와서 아이들에게
책에 나온 민들레를 그리게 했다.
아이들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샛노란 민들레꽃을 맘껏 피워 올린다.
태극기가 교실 유리창을 넘겨다보며 바람에 펄럭인다.

*올만에 섬진강 가에서 온,
가슴을 상큼하게 하는 글을 읽으니께
기분이 민들레 홀씨마냥 부풀어올라 버려야...
그래서 이 기분 우리 식구들과 같이 나눠야 하지 않겠어라!
용택이 성은 좋겠어라...
흑심이 가득한 인간들에게는 쌩뚱맞을 시골 고샅길에서
꼬맹이 천사들과 아웅다웅 하얗게 살고 있으니 말이어라...
부러버 죽갔네....
언제 우리들도 용택이 성한테 놀러 가부자고야...
출처 : 뷰티라이프사랑모임
글쓴이 : 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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