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저것

요놈 요놈 요 이쁜 유방

불량아들 2007. 6. 25. 13:50

요놈 요놈 요 이쁜 유방

 

며칠 전 연극을 보러 갔다.

요즘 장안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불 좀 꺼주세요>.

이 연극은 여배우가 극중에서 나체로 출연한다 하여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몇 달 전에 초대권을 받았는데 차일피일 하다 이제사 보게 된 것이다.

 

연극의 내용은 인상적이었다.

틀깨기를 통한 첫사랑의 획득과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결심 과정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말이 쉽지 권력의 달콤함을 맛본 자가 스스로 그 달콤함으로부터 해방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터.

 

권력은 고구마 덩쿨과 같은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잡아 당기기만 하면 황금과 명예가 딸려오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고구마 덩쿨 같은, 권력을 누가 손에서 놓으려 하겠는가.

 

오랜만에 대하는 이도경의 코믹한 연기와 최정우의 차분한 연기가,

대학 시절 그들이 자주 연기했던 영국대사관 옆 <마당세실극장>에서의

생각을 떠올려 참으로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을 보는 것과 같은 친근감이 들기도 했다.

 

아니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기막힌 아름다움이 주는 인식의 변화다.

그것은 극중 정숙(이동희 扮)의 또 다른 분신으로 나오는 여배우 이영숙 씨 이야기다.

극중에서 정숙의 다른 분신으로 등장해 내면의 자유분방한 연기를 담당하는

이영숙 씨는 너무 마르고 얼굴도 평범해 좀더 섹시한 여배우를

캐스팅했어야 하지 않나 하고 나는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극의 후반부에 가서 그녀가 브래지어도 착용하지 않고

완전 반나체로 연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과감한 연기도 좋았지만 내가 깜짝 놀라고 말았던 것은

그녀의 풍만한 유방을 보고나서였다.

 

옷을 입고 연기했을 때는 너무 마르고 가슴은 빈약하게 보였는데

상의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정면으로 마주친 그녀의 유방은

그렇게 탐스럽고 그렇게 이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단 몇 초의 찰나적인 순간이었지만

나는 지금도 그렇게 예쁘고 탱글탱글했던 유방을 잊을 수가 없다.

 

문제는 그 후부터였다.

연극이 끝날 때까지 나는 그녀의 모습에 홀딱 반해버렸기 때문이다.

처음에 느꼈던 빈약하고 앙상하기만 했던 그녀의 모습이 팔등신의 몸매 소유자로 보였으며,

얼굴 또한 그 어떤 여배우보다 앙증스럽고 귀엽게 보였다.

물론 내가 이렇게 된 것은 좋은 연극을 위해서 유방까지도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여배우의 투철한 연기 자세 때문이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단지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요놈 요놈 요 이쁜 놈" 때문에 그 여배우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연극이 끝나고 밝은 불빛 아래서 다시 보아도 그녀는 얼마나 아름답고 지적으로 보였던가!

 

그녀의 유방만 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도 그녀에 대한 처음의 인식을 바꾸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강렬했던 유방 때문에,

나는 그녀의 천부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된 것이다.

내 눈이 진실의 미를 볼 수 있도록 개안된 것이다.

 

"요놈 요놈 요 이쁜 유방" 때문에.

 

(1992.7.24)

 

 

**옛날 잡기장을 뒤적이다가 이 글을 발견하곤 그 당시의 회상에 다시 젖게 됩니다.

지금도 그 여배우의 탱글탱글했던 이쁜 젖무덤이 생각납니다. 헤헤~~^^*

이젠 중년이 되었겠지요.

사람이 보는 느낌에 따라 사물을 이처럼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제 비 그치고, 나뭇잎 더 앙증맞은데 옛날 일이나 상기하며 덕수궁 옆

마당세실극장이 있던 자리나 배회해야겠습니다.

 

(2007. 6.25. 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