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양말-임찬일-

불량아들 2011. 9. 26. 11:49

양말

  -임찬일-



밖에서 놀다 들어오면 아무렇게나

홀랑 까뒤집어서 벗어 던지는

아이들의 양말

걔들 엄마는 호통치기 일쑤이지만

나는 그냥 그 귀여운 발목이라도 보는 듯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아이들의 발은 못 말리는 것!

이 세상을 쿵쿵 뛰기 위해 온 그 녀석들을

누가 무슨 재주로 말린단 말인가

양말을 까뒤집으면서

때묻은 어른들의 꿈을 까뒤집으면서

아이들은 크는 법

양말에 묻혀 온 저 꿈의 얼룩들이

아름다운 무늬가 되어서

우리 집을 채우는 저녁

아내가 돌리는 세탁기 안에서까지

깔깔거리고 쿵쿵대며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의 발목

세상의 모든 숨은 꿈의 머리카락을 찾아내는

너희들의 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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