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품앗이
-박성우-
구복리양반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한천댁과 청동댁이 구복리댁 집으로 가서 몇 날 며칠을 자줬다
구 년 뒤, 한천양반이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구복리댁과 청동댁이 한천댁 집으로 가서 몇 날 며칠을 자줬다
다시 십일 년 뒤, 청동양반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구복리댁과 한천댁이 청동댁 집으로 가서 몇 날 며칠을 자줬다
연속극 켜놓고 간간이 얘기하다 자는 게 전부라고들 했다
자식새끼들 후다닥 왔다 후다닥 가는 명절 뒤 밤에도
이 별스런 품앗이는 소쩍새 울음처럼 이어지곤 하는데,
구복리댁은 울 큰어매고 청동댁은 내 친구 수열이 어매고
한천댁은 울 어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