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좋겠다-고운기-

불량아들 2013. 5. 16. 15:43

좋겠다

-고운기-



저물 무렵

먼 도시의 번호판을 단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빠져나간다

가는 동안 밤을 맞더라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면 좋겠다

버스를 탄 사람 몇이 먼 도시의 눈빛처럼 보이는데

손님 드문 텅 빈 버스처럼 흐린 눈빛이라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면 좋겠다

집에는 옛날의 숟가락이 소담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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