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사랑하는 사람의 배에 귀대 볼 일이다

불량아들 2016. 8. 15. 10:15

사랑하는 사람의 배에 귀대 볼 일이다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의 배에 귀대 볼 일이다

그 사람 배에 귀를 대면

우르르쾅쾅 천둥소리가 나고

때론

또랑물 흐르는 소리

맑은 피아노 소리가 나기도 한다

댕강댕강

목숨 줄 붙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삶은 이렇게 소리 내며 흐르는 것이라는 듯

조르르 졸졸 잘도 알려준다

내 생의 알림판이라도 되려는 듯,

 

내 배에서도 이런 소리가 날까?

사랑하는 사람의 배에서 나는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한 줌 재가 되는 소리,

바스락거리며 창자 뒤틀리는 소리,

들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 없는 방바닥에서 홀로 뒹굴다가

배에 손을 얹는다

희미해져가는 배에서 나는 소리

거실 바닥을 전류처럼 흘러 창 밖 허공으로 흘러 퍼지고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배에서 나는 소리가 그립다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의 배에 귀대 볼 일이다

 

<뷰티라이프>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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