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배에 귀대 볼 일이다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의 배에 귀대 볼 일이다
그 사람 배에 귀를 대면
우르르쾅쾅 천둥소리가 나고
때론
또랑물 흐르는 소리
맑은 피아노 소리가 나기도 한다
댕강댕강
목숨 줄 붙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삶은 이렇게 소리 내며 흐르는 것이라는 듯
조르르 졸졸 잘도 알려준다
내 생의 알림판이라도 되려는 듯,
내 배에서도 이런 소리가 날까?
사랑하는 사람의 배에서 나는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한 줌 재가 되는 소리,
바스락거리며 창자 뒤틀리는 소리,
들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 없는 방바닥에서 홀로 뒹굴다가
배에 손을 얹는다
희미해져가는 배에서 나는 소리
거실 바닥을 전류처럼 흘러 창 밖 허공으로 흘러 퍼지고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배에서 나는 소리가 그립다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의 배에 귀대 볼 일이다
<뷰티라이프> 2016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