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깨구락지

불량아들 2016. 8. 15. 10:22

깨구락지

 

시골 아이들은

깨구락지 두 마리씩을 키웠다

걸을 때마다 뒤꿈치에서 깨구락지가 울었다

비가 오는 날

마을 앞 냇가에서 신나게 물장구라도 치고 올 때는

검정 고무신 뒤에서 살고 있는 깨구락지들의 소리도

덩달아 더 요란했다

개구쟁이들이 손잡고 뛰기 시작하면

그들도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깨구락 깨구락

이런 날,

시골 골목골목은 꼬마들의 웃음소리와

깨구락지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마치 시골의 모든 것들은

깨구락지의 소리를 먹고 자라나는 듯했다

 

<뷰티라이프>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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