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잔치
그들은 또 모였다
큰아들은 워싱턴에서 왔고
큰딸은 벤쿠버에서 왔다
둘째아들은 전국을 떠돌다오고
집을 지키고 있는 막내만 손길이 분주했다
삶은 이렇게들 모여서
수상한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대학을 졸업하거나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들에 대해
조심조심 얘기했다
이야기가 새나가면 큰일이라도 난다는 듯
옆 사람에게만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올해 다른 점이 있다면 큰아들의 용돈 봉투가 두툼해졌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어미의 근심은 늘어만 갔다
형제들도 빈부의 차가 있었다
그들은 즐거워보였지만 평화가 없었고
얼굴의 기름기는 빛나 보이지 않았다
잔치가 끝나갈 무렵
그들은 돌아갈 길을 두려워했고
그러나 한 가득씩 가방을 챙겨야 했다
내년에도 조용한 만남을 가질 것이다
<뷰티라이프> 2019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