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인보

존재감은 스스로 만든다-박은준 교수-

불량아들 2021. 10. 4. 13:14

미용인보(美容人譜)30

 

존재감은 스스로 만든다

박은준 서경대학교 교수

고은 시인은 주위 사람들 만 명을 대상으로 시를 짓고 <만인보>라는 시집을 출간했다. 이는 시인이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단적인 예이다. 기자는 이를 차용하여 주변 미용인에 대한 시와 스토리를 매달 한 편씩 쓸 예정이다. 그 중에는 성공한 미용인도 있을 것이고 동네에서 나 홀로 미용실을 운영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기자에겐 모두 소중하고 고귀한 미용인 자산이다. 그 분들과 함께 한 생활이 기자에겐 기쁨이고 행복이다. 우리는 미용으로 엮어진 떼려야 뗄 수 없는 미용가족이니까.

이완근(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alps0202@hanmail.net

 

 

아름다운 노래를 만드는 사람

-박은준 교수

 

자리를 지키고 있으되

소리 나지 않는 사람이 있지

온갖 소음에도 싫은 기색 없이

묵묵하게 자기 일에만 몰두하고

옆 사람들을 미소로 지키지

 

그럼으로써 존재감이 커지는 사람

어느 사이 큰 나무처럼 두 팔 벌려

큰 그늘을 만들고

그 그늘 밑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그런 사람이 있지

그가 지킨 자리

빈자리가 아니었네

많은 사람이 모여

아름다운 노래 부르네

그 노래 미용계에 퍼지네

방방곡곡 울리네

 

 

조용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박은준 교수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는 현혹되어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 주위만 살펴보더라도 말은 많고 실속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좌중을 웃기고 집단을 리드하는 것, 그것 하고는 성격이 다른 차원. 팀이든 조직이든 소리 없이 자기 소임을 다하고 팀이나 조직이 잘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사람은 꼭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런 사람은 여러 사람들로부터 확실한 믿음을 얻는다. 신용이 재산인 현대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기자에게 있어 서경대학교 박은준 교수는 그런 사람이다. 미용 행사나 학회에서 만난 박은준 교수는 언제나 조용하다. 만나면 잔잔한 미소로 반가움을 표현할 뿐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필요 이상으로 과장해서 반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기자는 그래서 박은준 교수가 더 반갑다. 반가움은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것이지 겉으로 표시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물론 우리 사회는 어떤 면에서 과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 대중 속에서는 더욱 그런 면이 있다. 더 반가운 척 포옹을 격하게 해야 하고, 너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열정적으로 악수를 권하는 사회. 그런데 이런 게 체질적으로 안 맞는 사람들도 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기자가 그런 타입이다. 박은준 교수도 기자와 같은 타입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자기 스타일대로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때로는 순응하면서 사는 것도 한 방법일 터.

 

언니의 권유로 미용 입문

박은준 교수는 첫 사회 생활을 건설회사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자아가 강했던 박은준 교수는 남, 녀 차별이 심한 직장에 회의감이 생겼고, 손재주가 많은 점에 주목했던 언니의 권유로 미용학원을 다니면서 미용에 눈을 뜨게 되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박은준 교수는 이제 미용학 교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어느 분야든 교수는 자신의 분야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적인 대처 능력에 대해서 늘 생각해야 됩니다. 특히 미용은 사람을 상대로 안전하게 늘 아름답게 행복하게 해주어야 하는 큰 숙제를 갖고 늘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근간이 되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늘 생각하고 매일 조금씩 쉼 없이 연구하고 평생 공부하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선배, 교수, 스승이 되는 것이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용교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은준 교수는 이와 같이 말했다. 미용 교수로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답이다. 내친 김에 미용 교수를 하면서 즐거웠던 기억에 대해 물었다.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제자들과의 추억 하나 하나가 견뎌내는 에너지의 근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 시간 속에 나름 힘이 되는 일들은 성장을 해가는 제자들의 모습을 볼 때입니다.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성장한 제자에게 본인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미용을 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같이 울고불고 보낸 10년 뒤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제자와의 추억.

살롱 운영 시 19살 풋내기 직원에게 공부를 같이 해보자는 권유에 석, 박사를 취득하고 결혼식 주례도 해주고 지금은 같은 길을 걸어가며 때로는 나에게 직언도 거침없이 해주는 든든한 후배이자 제자와의 추억.

외국에서 유학 와서 타국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한국말과 한국 살롱에서의 어려움을 매일 매일 통화로 위로하고 조언하고 울고 웃던 제자가 디자이너 승급과 대형 프랜차이즈 톱 디자이너가 되었던 추억.

군대 간 제자가 뜬금없이 전화해서는 사고를 쳐서 그러니까 돈 좀 빌려달라고 울며 사정했을 때 얼마나 다급했으면 나에게 전화를 했을까? 살아가다가 그래도 내가 생각났구나라는 생각에 수업 도중 계좌이체 해주었던 추억.

한 번도 나를 만난 본적 없이 얘기만 듣던 분이 석자 제자로 받아들여 달라고 뜬금없이 찾아와서 왜 나를 택하시냐고 물어보니 저는 따뜻한 분이 좋은데 교수님이 그런 분이라 전해 들었다며 무조건 제자로 받아들여 달라던 제자와의 추억.

손 편지를 좋아하는 저에게 매 순간마다 손 편지로 저에 대한 마음을 전해주는 정이 많은 제자들의 마음 등등 말할 수 없이 많지요. 저는 제자들과 처음 만나면 꼭 이렇게 얘기합니다. 나는 여러분의 손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제 손을 놓지 않으면 어디서든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려 노력하는 선배이고 스승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은준 교수의 인간적인 면을 낱낱이 알 수 있는 대답이다. 교수는 지식을 전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됨을 알려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요양원 미용 봉사도 빠짐없이

박은준 교수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요양원 미용 봉사를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재능 기부 차원이다. 미용만큼 재능 기부가 효율적인 직군도 많지 않다. 미용인의 사회적 위상 강화에도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미용 교수를 꿈꾸는, 미용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 물었다.

교수라는 멋진 이름으로는 살지 말고 행복한 모습을 그리지 말고 매일 달릴 수 있는지를 생각하라. 교수는 어느 학생의 인생에 꿈의 나침판이 될 수도 있고 등대지기가 될 수도 있으며 희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암흑 속을 헤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교수로서 자신에게 되물었을 때 부끄러움이 없었는지?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지금도 미래도 여전히 자신과 학생을 사랑하는지? 평생 이 직업을 후회 없이 살아낼 수 있는지? 나를 닮은 또 다른 모범답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고민해서 멋진 미용인, 훌륭한 교수를 준비하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인생 선배로서 미용 선배로서 얼마나 고귀한 조언이던가.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교수가 있다는 것은 우리 미용계의 자랑이기도 하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한 코칭도 필요할 것 같고 생의 주기가 길어진 남은 인생에 대한 코칭도 필요할 듯하며, 가르침에 익숙해버린 지금 조금 더 잘 할 수 있는 또 다른 봉사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싶어 조금의 시간이 허락한다면 코칭학 박사 학위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박은준 교수.

언젠가 서경대학교에서 열린 학회 행사 때 막걸리 한잔 하고 박은준 교수님 참 귀엽다.’라는 기자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박장대소했는데, 노여움을 느끼기 보다는 엄청 행복했던 기억으로 추억하고 있는 박은준 교수.

미용잡지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뷰티라이프에 무한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주고 계신 박은준 교수.

이런 박은준 교수를 기자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찬연한 가을, 취재를 핑계 삼아 박은준 교수께 면담을 요청하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날이다.

 

 

-박은준 교수 프로필-

*서경대학교 헤어디자인학과 교수

*미용학박사

*미용장

*이용장

*서경대 미용예술대학원 학과장

*서경대미용예술 헤어, 메이크업, 헤어디자인(계약)학과 학과장

*한국미용학회 학술위원장

*한국인체예술학회 편집이사

*미용산업문화협회 고문

*()아얌드림 1.2.3호점 원장

*()민스헤어 신림점 원장

*()()비너세움 이사

 

<뷰티라이프> 2021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