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출,퇴근을 하면서 아파트 조각공원 옆
담장을 바라보며 감탄을 자아내곤 했었다.
조각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에 몇 그루 장미를 심었는데,
몇 송이씩 핀 장미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가지마다 많지도 않게 앙증맞게 핀 장미들은 가로등 아래에서 보면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다.
오다가다 감탄만을 연발하다 엊그제부터는 딱 한 송이만 잘라다가
거실에 꽂아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젯밤 아파트 베란다 앞에 서서 조각공원 쪽을 무심히 구경하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가위를 들고 아파트를 나섰다.
큰 도둑질이라도 하듯 누가 볼까 두리번거리다가
작은 봉오리를 맺은 놈으로 한 송이를 싹둑 잘라왔다.
흥분된 마음으로 먼지 낀 화병을 깨끗이 닦고 맑은 물을 화병 가득 담아
장미 한 송이를 거실 책상 앞에 두었는데, 세상에나......
꽃 한 송이가 집안 분위기를 몰라 보게 바꿔놓네.
집 나간 마누라 돌아온듯,
시골에서 어머니 올라온듯,
친한 벗 소주 한 병 사들고 마실 온 듯,
집안이 환해지네.
한참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말도 걸어보다가,
괜시리 ‘툭’ 한 번 쳐 보기도 하니
이제 이 집이 나 혼자만의 쓸쓸한 공간이 아니네.
나는 지금 행복하다네.
나는 지금 사랑에 빠졌다네.
나는 지금 혼자가 아니라네.
장미 한 송이가 주는 행복이 이처럼 큰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었네.
2006.6.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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