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09) 위대한 욕 이향란(1962~ )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이라곤 전혀 없는 놀이터를 둘러보다가 ‘죽일 년’ 미끄럼틀 위 플라스틱 조형물에 달라붙어 풀썩대는 날것의 낙서를 본다 쌍욕을 본다 난데없이 날아든 돌멩이에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듯 ‘죽일 년’ 바닥에 꿇고 앉아 싹싹 빌고 싶어진다 어제의 실수와 회한과 경망과 양심 내일을 눈치 보는 죄마저 미리 고백하고 싶어진다 찢어진 눈매와 덧니 가득한 입의 표정으로 그네의 흔들림과 놀이터의 소음을 집어삼키지만 얼굴 없는 ‘죽일 년’ 무지막지한 생은 벌벌 떨다 사지가 잘린 채 떠돌고 놀이터의 난장을 보다 못해 내뱉은 누군가의 ‘죽일 년’은 가래침처럼 끈적끈적하게 세상 모퉁이에 쫘악 달라붙어 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