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우리들의 그대

불량아들 2007. 8. 29. 14:41
우리들의 그대

 

여보세요,
조심하세요
손대면, 아니 쳐다보기만 해도
큰일나요
그는,
살아 있는 폭탄이 되었어요
물, 불장난은 하지 마세요
저기 오고 있어요
가능한한 빨리 납작 엎드리고
눈을 마주치지 마세요
그는
자글자글 타오르는 태양 아래서도
나무 그늘 밑에 쉬지 않고
대추알 같은 비가 쏟아지는 폭풍우 속에서도
우산을 받지 않아요
단지 눈을 부라리고
중엉중얼거리지도 않고
앞만 보지요
새들의 상냥한 지저귐이라거나
잔잔한 바다 위에 떠 있는 몇 척의 돛단배,
보름달 아래 지천으로 피어 있는 배꽃,
포플러 잎의 반짝거림도
그의 마음을 돌려 놓진 못해요
다만 도시를 날려버릴 듯한
위풍당당함으로
우리를 쫓지요
여보세요,
조심하세요
나그네처럼 재빨리 숨으세요
가능한한 납작 엎드려서 그가 지나가길 기다리세요
그가 또 언제 올지 나는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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