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비 오는 날

불량아들 2007. 8. 29. 14:40

비 오는 날



비가 옵니다


온 식구가 툇마루에 모여 앉아

빈대떡을 부쳐 먹으며

오는 비를 바라봅니다


할아버지는 비 때문에 쑤신 허리를

할머니께 맡기시고,

힘이 부치시다는 할머니는

그러나 잘도 할아버지 허리를 주무르십니다


아빠는 ‘단비가 오시는구나’ 웃음 지으시며

삽을 들고 논으로 나가십니다


지글지글 후라이 팬 위의 엄마의 손은 더욱 바빠집니다


새침떼기 큰누나는 남자 친구의 전화를 받으며

까르르 까르르 즐겁습니다


나와 동생은

내일 소풍이 취소될까봐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오늘, 비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각각으로 다가왔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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