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비가 옵니다
온 식구가 툇마루에 모여 앉아
빈대떡을 부쳐 먹으며
오는 비를 바라봅니다
할아버지는 비 때문에 쑤신 허리를
할머니께 맡기시고,
힘이 부치시다는 할머니는
그러나 잘도 할아버지 허리를 주무르십니다
아빠는 ‘단비가 오시는구나’ 웃음 지으시며
삽을 들고 논으로 나가십니다
지글지글 후라이 팬 위의 엄마의 손은 더욱 바빠집니다
새침떼기 큰누나는 남자 친구의 전화를 받으며
까르르 까르르 즐겁습니다
나와 동생은
내일 소풍이 취소될까봐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오늘, 비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각각으로 다가왔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