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꽃을 본 것은
-나희덕-
마흔이 가까워서야 담배꽃을 보았다
분홍 화관처럼 핀 그 꽃을
잎을 위해서
꽃 피우기도 전에 잘려진 꽃대들
잎그늘 아래 시들어가던
비명소리 이제껏 듣지 못하고 살았다
툭, 툭, 목을 칠 때마다 흰 피가 흘러
담뱃잎은 그리도 쓰고 매운가
담배꽃 한줌 비벼서 말아 피우면
눈물이 날 것 같아
족두리도 풀지 않은 꽃을 바라만 보았다
주인이 버리고 간 어느 밭고랑에서
마흔이 가까워서야 담배꽃의 아름다움을 알았다
夏至도 지난 여름날
뙤약볕 아래 드문드문 피어있는,
버려지지 않고는 피어날 수 없는 꽃을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들-문태준- (0) | 2013.05.16 |
---|---|
우주의 어느 일요일-최정례- (0) | 2013.05.16 |
피리-전봉건- (0) | 2011.09.26 |
청정해역-이덕규- (0) | 2011.09.26 |
추석 무렵-김남주- (0) | 2011.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