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어떤 출근길

불량아들 2016. 3. 25. 11:34

어떤 출근길

 

아파트 문을 나서자

참새 몇 마리 날아오르는,

화단을 고르고 있던 경비 아저씨,

-사장님, 어젯밤 많이 드셨대, 몸 생각해야쥬

화단이 이영애 얼굴보다도 곱다

 

할머니 손을 잡고 등원하는 동선어린이집계집애는 여전히 양 갈래 머리,

-아찌 안녕? 깨물어주고 싶네

-어디서 머리 예쁘게 잘랐네요. ‘선화미용실원장님은 분명 삐쳤다

지은슈퍼아줌마는 어젯밤 부부싸움을 과일을 닦으며 풀고 있다, 박박 문지르고 있다

오븐마루치맥집 아저씨는 청소하다 눈만 찡긋, 저녁에 기다린단 뜻

 

길 건너자 도로 가 화단에 은행잎이 수북

아이쿠,아이아이 안경긴 물결머리 아가씨 유리창 닦는 것 보다가 넘어질 뻔

돈암약국앞에는 빈 박스 가득, 주인 약사 아저씨 입에 꽃 폈다

한옥집 부수고 신축한 4층짜리 쌍둥이 건물 바우하우스’,

여긴 언제쯤 입주 마칠까? 싸게 좀 내놓지......

지하철 입구 장애인 부부가 운영하는 포장마차 황금붕어빵’,

여전히 이른 아침인데도 붕어빵 가득, 저걸 언제 다 판다냐? 걱정되는

 

<뷰티라이프>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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