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출근길
아파트 문을 나서자
참새 몇 마리 날아오르는,
화단을 고르고 있던 경비 아저씨,
-사장님, 어젯밤 많이 드셨대, 몸 생각해야쥬
화단이 이영애 얼굴보다도 곱다
할머니 손을 잡고 등원하는 ‘동선어린이집’ 계집애는 여전히 양 갈래 머리,
-아찌 안녕? 깨물어주고 싶네
-어디서 머리 예쁘게 잘랐네요. ‘선화미용실’ 원장님은 분명 삐쳤다
‘지은슈퍼’ 아줌마는 어젯밤 부부싸움을 과일을 닦으며 풀고 있다, 박박 문지르고 있다
‘오븐마루’ 치맥집 아저씨는 청소하다 눈만 찡긋, 저녁에 기다린단 뜻
길 건너자 도로 가 화단에 은행잎이 수북
아이쿠, ‘아이아이 안경’ 긴 물결머리 아가씨 유리창 닦는 것 보다가 넘어질 뻔
‘돈암약국’ 앞에는 빈 박스 가득, 주인 약사 아저씨 입에 꽃 폈다
한옥집 부수고 신축한 4층짜리 쌍둥이 건물 ‘바우하우스’,
여긴 언제쯤 입주 마칠까? 싸게 좀 내놓지......
지하철 입구 장애인 부부가 운영하는 포장마차 ‘황금붕어빵’,
여전히 이른 아침인데도 붕어빵 가득, 저걸 언제 다 판다냐? 걱정되는
<뷰티라이프> 2016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