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간절

불량아들 2017. 11. 24. 13:16

간절

 

어미 잃은 새끼고양이 네 마리

오돌오돌 떨며 모여 있다

서로 엉켜 있다

 

어미는 어디 갔나,

어미는 언제 오나?

 

우리 딸, 중학교 2학년 때 쿠일라룸푸르로 유학 갔다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에 다녔다

혼자였다

대학은 캔버라로 갔다 호주국립대학이었다

이제 3학년이 되었다

일 년에 한 번 겨울방학이 되면 한국에 왔다가 두 달이 되면 돌아갔다

어미 애비는 다달이 생활비만 잘 부쳐주면 되는 줄 알았다

잘 있는 줄 알았다

잘 견디리라 생각했다

 

전화가 뜸해지고 목소리에 힘이 없다고 생각한 지 두어 달

몸무게가 5킬로그램씩 빠졌다는 소식에도 밥만 잘 먹으라고 했다

이제 1년이면 우리 고생도 끝이리

 

딸내미가 한 달 새 두문불출하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타향만리서 외로움증에 걸렸단다

불도 못 켜고 이불만 뒤집어 쓴 채 하루 종일 외로움을 삭히고 있다는 것이다

외로움증이라니, 애비는 단장의 아픔을 겪는다

딸내미의 불면의 밤 동안 얼마나 잘도 잤던가

 

바람이 분다

새끼고양이는 어미를 찾아 울고

애비는 딸의 아픔에 애간장이 녹는 밤

애비의 때늦은 후회가 어서 딸의 손끝에 닿기를

간절하게 평화롭기를

어미 고양이 어서 새끼고양이를 만나기를

 

<뷰티라이프>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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