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청계천 물고기가 사는 법

불량아들 2017. 11. 24. 13:15

청계천 물고기가 사는 법

 

청계천 물가를 천천히 천천히 걷고 있는데요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청계천 오후를 싸드락 싸드락 따라가고 있는데요

물고기가 물고기 아닌 듯 보이고,

물고기 아닌 것이 물고기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내 마음도 물결처럼 잔잔해져 햇살처럼 반짝이는데요

작은 물고기는 얕은 물살에서 촐랑대며 놀고,

큰 물고기는 깊은 물속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는데요

사람 사는 것도 저와 무엇이 다를꼬 생각하고 있는데요

팝콘 몇 개를 던지자 물고기가 떼로 몰려드는데요

큰 녀석들은 뻐끔뻐끔 큰 옥수수만,

작은 놈들은 촐싹대며 작은 가루만 먹고 있는데요

큰 것들이 결코 작은 것들의 먹이를 가로채지 않고 있는데요

잔바람이 물결을 이뤄 옥수수를 흩뜨려놓는데요

원앙 한 쌍도 자기 것만 집어삼키고 있는데요

내 마음도 물결 따라 자꾸 흔들리고 있는데요

청계천 물고기는 자기 방식대로 잘도 살아가고 있는데요

오후의 햇살은 곁눈질로 청계천을 지켜보고 있는데요

내일도 오늘 같기만 바라고 있는데요

 

<뷰티라이프>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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