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그림자 찾기

불량아들 2020. 4. 1. 11:29

그림자 찾기

 

그는 무엇인가에 취한 것처럼 보였다

외눈이었으며 한쪽 눈으로 세상을 다 집어삼킬 듯했다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으면서도 옷매무새를 고쳤다

오래된 잡기장을 찢어버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그렁그렁 쇳소리 나는 울음을 토했다

아니 노래였다

 

눈이 땅에서 하늘로 내리던 날

등을 고양이 배의 반대편으로 웅크린 채 그가 발견되었다

언 땅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사람들은 그를 토해냈다

 

그는 매번 웃었다

길가 코스모스를 향해 웃었고 그림자를 보며 웃었다

웃음은 남루와 함께 그를 상징하고 있었다

골목을 헤집고 다니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많은 사람은 그가 미쳤다고 했고 몇은 천재일 거라고 말했다

광인이든 수재든 그가 보이지 않자 사람들은 불안해했다

비에 타들어가는 앞산만 바라보았다

여러 풍문들이 여름 숲처럼 무성해질 때가 되어도 그의 행방은 묘연했다

그럴수록 입국장 앞에서 두어 시간 이상을 기다린 이처럼 사람들은 초조해했다

그때마다 구두 뒤축을 닳아갔고 입은 빨리 움직였다

솥뚜껑도 음산한 소리를 냈다

호수를 말리던 햇살의 힘이 사그라질 무렵

양 눈을 다 가지고 그가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오히려 안도의 숨을 웅큼 웅큼 토해냈다

나무도 잎을 움직여 환영했다

그러나 골목길을 싸돌아다니는 버릇은 여전했다

풍경도 느릿느릿 지나갔다

 

그가 가진 눈이 처음부터 하나가 아니라 두 개였을 거라고

생각할 때쯤

그는 다시 그림자와 함께 증발해버렸다

언 땅에선 아지랑이만이 교회 종소리처럼

원을 그리고 있었다

 

<뷰티라이프>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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