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수탉과 지렁이

불량아들 2020. 4. 1. 11:25

수탉과 지렁이

 

지렁이 한 마리

비 그치자

외양간 앞을 느리게 기어가고 있다

얼핏 비치는 햇살에

투명한 속살 더 환하다

저렇게

온 속을 다 보이고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옷 칭칭 동여매고

툇마루에 앉아

비상을 꿈꾸는 사이

 

때론 저렇게

머리 가슴 배 모두 비워내고

무작정 꿈틀대고 싶어진다

 

빨간 볏을 세운 수탉

외양간 앞을 빠르게 지나간다

 

<뷰티아리프>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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