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둡시다

[스크랩] 술 이름에 관한 이야기

불량아들 2006. 4. 25. 12:38

'커티 삭'은 '짧은 속치마'

‘짧은 속치마’ 한 병 주세요

커티 삭(Cutty Sark)은 옛 스코틀랜드 말로 ‘짧은 속치마’라는 뜻이다. 어떤 연유로 위스키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을까.

사연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대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의 ‘탐 오 섄터(Tam O’Shanter)’라는 작품의 한 대목.

농부 탐이 말을 타고 귀가하던 중 공동 묘지 근처를 지날 때였다. 백파이프 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아름다운 마녀가 짧은 속치마를 입고 춤을 추고 있었다.

탐은 자신도 모르게 “잘한다 커티 삭(짧은 속치마)”이라고 외쳤다. 그 소리에 마녀들은 무서운 속도로 그를 뒤쫓기 시작했다. 탐은 겨우 위기에서 벗어났고 이 때부터 커티 삭은 아름다운 마녀 또는 마녀들의 빠른 속도를 비유하게 됐다. 그런 배경에서 당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던 한 범선에 커티 삭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로열 살루트 '왕의 예포'
시바스 리걸 '국왕의 시바스'

1923년 베리 브러더스 앤드 러드사의 직원들은 새 위스키에 붙일 이름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선원 출신의 한 예술가가 범선 커티 삭의 이름을 떠올렸다. 회사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범선이 그려진 라벨도 만들었다.

로열 살루트(Royal Salute)는 영국 왕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름. 1931년 글렌리벳사는 21년 뒤에 있을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을 위해 특별한 위스키 제조에 착수했다. 이 때 만든 이름이 ‘왕의 예포(禮砲)’ 라는 뜻의 로열 살루트. 1952년 여왕의 대관식 때 선보인 21년 숙성의 로열 살루트는 여왕을 위해 만들어진 술답게 애주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시바스 리걸(Chivas Regal)이라는 이름에선 프랑스어 혹은 스페인어 같은 시바스라는 단어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는다. 시바스는 고대 스코틀랜드의 한 작은 마을의 이름. 이 마을 출신 사람들은 마을 이름을 성으로 사용하곤 했다. 그들의 후손이 차린 위스키 회사 이름이 시바스 브러더스다. 회사는 1843년 빅토리아 여왕에게 진상할 최고급 제품의 이름을 시바스 리걸이라고 정했다. ‘국왕의 시바스’라는 뜻.

밸런타인과 조니 워커는 창업자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경우. 밸런타인의 창업자는 조지 밸런타인이며 조니 워커는 창업자 존 워커의 애칭이다.

Whisky와 Whiskey

주객들이 술병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경우는 대부분 알코올 도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와인을 마실 때는 원산지가 어디인지를 따져보기도 한다.

하지만 위스키 술병을 볼 때 위스키의 영문 표기가 ‘Whisky’로 돼있는지, ‘Whiskey’로 쓰여졌는지 확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중적인 브랜드를 예로 들자면 커티삭에는 ‘Whisky’로, 잭대니얼에는 ‘Whiskey’로 표기돼 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쉽게 말해 아일랜드와 미국의 위스키 철자법에는 e자가 있고 영국과 캐나다의 것에는 없다. e자가 있고 없음이 그 위스키의 제조 지방을 말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선 ‘whiskey’는 미국산 위스키를, ‘whisky’는 수입품을 이른다. 그러나 미국산 위스키 중에도 e자가 안붙는 경우가 간혹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들이 자신들의 조상이 위스키를 발전시킨 데 대한 자부심을 나타내려고 한 것은 아닐까?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고지대에서 살고 있는 켈트족의 말로서, ‘생명의 물’을 뜻하는 ‘위스게 바하’에서 왔다. 술꾼들이 이 맛에 얼마나 경탄했는지 가늠케 해 준다. 19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위스키 같은 외국술은 모두 ‘양주’로 통했다. 지금도 술집에서 “양주 한 병”을 주문하거나 조금 더 나아가 “위스키”를 외치는 손님이 상당수다. 하지만 술을 ‘마시는’ 문화에서 ‘즐기는’ 문화로 바뀌면서 같은 위스키라도 취향에 따라 골라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스카치 위스키는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술답게 한국의 술꾼들도 가장 즐겨 찾는 위스키다. 밸런타인, 시바스 리갈, 로열 살루트, 조니워커, 커티삭, 패스포트 등 익숙한 이름이 많다.

아이리시 위스키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제임슨, 존 파워, 올드 부시밀드 등으로 스카치 위스키보다 맛이 부드럽다는 특징이 있다.

스카치 위스키 다음으로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위스키는 미국산. 켄터키주의 버번 카운티에서 만드는 버번 위스키가 대표적이다. 와일드 터키, 짐빔, 에번 윌리엄스, 워커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잭 대니얼은 같은 미국산이지만 테네시 지방에서 만들어져 테네시 위스키로 불린다.

거대 주류 기업 시그램이 있는 캐나다도 위스키 생산 대국이다. 실크타셀, 캐나디안 클럽, 크라운 로열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캐나다 위스키는 향이 짙으면서도 순한 맛이 특징이다.

포도주는 어느 지역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맛이 제각각이다. 정확히 어떤 점이 다른지를 짚어내지 못하는 아마추어라도 ‘달다’ ‘신맛이 강하다’ 정도의 차이는 가려낸다.

위스키에 대해서는 어떨까. 대부분은 ‘부드럽다’ ‘진하다’ 정도로 구분할 뿐이다. 하지만 위스키도 포도주만큼이나 제조 지역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한 가지 원액으로 만드는 싱글 몰트 위스키를 브랜드별로 마셔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위스키는 원료와 제조법에 따라 크게 △몰트(malt) 위스키 △그레인(grain) 위스키 △블렌디드(blended) 위스키로 나뉜다.

몰트 위스키는 보리만을 원료로 사용한다. 그레인 위스키는 옥수수 밀 등으로 만들며 제조 방법이 몰트 위스키와 조금 다르다. 이 두 가지 술을 적절히 섞어 만든 술이 블렌디드 위스키. 시바스 리갈, 조니 워커, 패스포트 등 대중적인 위스키는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보편적인 입맛에 맞춰 개발된 몇 가지 블렌딩 기법에 따라 만들기 때문에 맛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반면 싱글 몰트 위스키는 다른 술을 전혀 섞지 않아 고유의 맛을 잃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어떤 물을 사용하는지, 어떤 술통에서 숙성을 하는지 등 제조 과정의 조그마한 차이가 제각각의 맛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그래서 같은 스코틀랜드라고 하더라도 지역마다, 더 나아가 증류소마다 서로 다른 맛의 싱글 몰트 위스키가 나오는 것이다.

싱글 몰트 위스키 사이의 차이를 가려내는 것은 포도주의 경우처럼 일반인들에겐 쉽지 않지만 싱글 몰트와 블렌디드 제품의 차이는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몰트 위스키 제조 과정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보리를 말릴 때 숯의 일종인 ‘피트’를 땔감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피트 연기가 보리에 스며들기 때문에 몰트 위스키에서는 훈제 요리에서처럼 훈향(燻香)이 느껴진다. 이 훈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 블렌디드 제품은 블렌딩 과정에서 훈향을 없앤다.

싱글 몰트 위스키 브랜드로는 글렌피딕, 발베니, 맥켈란, 글렌모란지, 글렌리벳 등을 꼽을 수 있다.


출처 : 뿌리깊은나무
글쓴이 : 뿌리깊은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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