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머리 감은 그녀 -박경원-

불량아들 2006. 4. 1. 11:35

머리 감은 그녀

머리 감은 그녀
빈둥빈둥 뒹굴고 있는 내 곁에 와서
물기 남은 머리를 말리는구나
능숙한 손놀림이 날렵하여
부지런한 일손이 드리는
기도 같구나
손가락 펼쳐 머리카락 털 때마다
흩어져 날아 떨어지는 물의 입자들
그녀가 가진 은총 그릇 내게 쏟아져
부서진 별가루 뿌려지는 듯
내 얼굴과 목 언저리
선뜩선뜩한 데마다
그녀의 부끄러움 내게 옮아와
주근깨로 살아나는 것만 같구나
아, 한가하고 한가하고 대견한 시간
내 마음 저 아래에도 숨어 있는
작은 심장 콩콩 뛰는
그녀의 부끄러움
즐겁구나 내겐 기쁨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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