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게
온몸 잎을 삼켜물어
빈 가지로
창을 닫고
생각에 잠긴다
함구의 한 잎 한 잎
*참 잠이 오지 않는 밤입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숭늉도 마셔 보고
먼지 툴툴 털어내고 레코드판도 돌려 보지만
잠이란 녀석은 멀리도 외출했나 봅니다.
서재를 뒤적이다가
이선영 시인의 앙증맞은 시집을 보니
옛일이 생각납니다.
90년대 초쯤 이선영 씨를 만났었지요.
인사동 어느 카페였었는데
무지 미인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었지요.
말도 수줍게 하고 술도 많이 마시지 않는 모양새가
글 쓰는 사람 같지가 않았었지요.
오랜만에 그녀의 시집 <오, 가엾은 비눗갑들>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그녀의 재치에 흠뻑 빠져 있다가 갑자기 40대 중반이 되어 있을
그녀의 모습이 궁금해지는 건 잠이 오지 않는 탓이겠지요?
나도 이제 빈 가지로 창을 닫고
함구의 생각에 잠겨 볼랍니다.
그나저나
세상은 지금,
꽃망울 터지는 소리로
천지가 진동하고 있겠지요!
아~~ 봄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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