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울 딸은 라면에 계란을 넣지 않는다

불량아들 2009. 9. 8. 03:51

오늘도 여지없이 술을 묵는다.

 

며칠 전, 아는 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지방 출장차 남원을 갔는데 그곳 막걸리가 너무 맛있더란다.

그래서 혼자 먹기 아까워 한 통을 우리 사무실로 배달했노라는 전갈이다.

으이그 이쁜 짓...

 

영화를 만드는 대학 동창,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맹그는 사회 친구 등등 몇이 모였다.

딴은 새로운 아이템 구상 회의였다.

 

우리의 술 약속은 미리 약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갑자기 연락이 되어 시간이 되면 만나는 것이다.

'비 오는디 막걸리 생각나지 않냐?' 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연락오는 사람들은 다 모인다.

그것이 여직 불문율처럼 되었다.

그렇게 오늘도 대여섯이 모였다.

맞아, 새로운 아이템 구상 회의가 구실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사무실 냉장고에 보관해둔 막걸리가 눈앞에 아른 아른.

설왕설래 끝에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맛 좋은 남원 막걸리만 축낸다. 저녁 내내...

 

3차로 노래방에 가서 난리 부르스를 쳐대고 귀가한 이 새벽.

허기가 몰려옴은 무슨 연유인가? 정신적 공허감(?) 웃긴다.

 

주섬주섬 라면을 꺼내 냄비에 올려 놓는다.

시골에서 올라온 김치를 듬성듬성 썰어 넣는다.

부글 부글 끓는 라면에 계란 하나를 넣으려 하다가

계란을 싫어하는 딸내미 생각에 집었던 계란을 냉장고 속에 다시 넣는다.

 

울 딸 이 시간, 라면 생각나지 않는지 모르겠다.

후후 불며 먹는 라면 면발에 울딸 생각 무지 무지 생각나는 새벽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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