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상가에서

불량아들 2011. 4. 4. 11:23

상가에서

 

상가입니다

영정을 보며 절을 두 번 합니다

상주와는 절을 한 번 합니다

상주에게도 절을 두 번 하고 싶습니다

 

즐비한 꽃들을 보며 망자를 생각합니다

입구부터 현란한 꽃들을 보며 상주를 생각합니다

저 꽃들은 망자를 즐겁게 하겠지요?

아니 상주를 더 즐겁게 하는 것 같습니다

나도 즐거움 하나를 더했습니다

 

육개장을 먹으며 망자를 얘기합니다

커다란 은덕을 얘기합니다

술 취한 나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망자를 위해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이승에서 여기 모든 눈에 거슬리는 것들 거두어 가시라고

얼굴도 모르는 망자를 향해 신나게 춤을 춥니다

초상집에서

 

<뷰티라이프 201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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