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에서
상가입니다
영정을 보며 절을 두 번 합니다
상주와는 절을 한 번 합니다
상주에게도 절을 두 번 하고 싶습니다
즐비한 꽃들을 보며 망자를 생각합니다
입구부터 현란한 꽃들을 보며 상주를 생각합니다
저 꽃들은 망자를 즐겁게 하겠지요?
아니 상주를 더 즐겁게 하는 것 같습니다
나도 즐거움 하나를 더했습니다
육개장을 먹으며 망자를 얘기합니다
커다란 은덕을 얘기합니다
술 취한 나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망자를 위해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이승에서 여기 모든 눈에 거슬리는 것들 거두어 가시라고
얼굴도 모르는 망자를 향해 신나게 춤을 춥니다
초상집에서
<뷰티라이프 2010.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