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불량아들 2010. 4. 28. 13:30


 
언제나 저녁 비둘기는 대밭을 날아올라
태양이 저물어가는 서쪽 산꼭대기로 향했다
저녁노을이 빠알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면
동네 아이들은 소를 몰고 산으로 향했다
날파리조차 쫓기 싫은 배부른 소는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고
꼬마들은 돌멩이를 강가 저 멀리까지 날렸다
버들강아지로 휘파람을 불어제끼기도 했다
해가 기울어 소를 앞세우고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는 뒤꼍에서 장작을 패고 계셨고
어머니는 저녁 감자를 가마솥에 삶고 계셨다
멍석 깔린 앞마당엔 저녁상이 놓였고
외양간의 소는 큰 눈만 껌벅이고 있는데
한 대 얻어맞은 바둑이는 모깃불 옆에서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꼬리만 흔들고 있었다
저녁을 마치면 밤하늘의 별을 보며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듣다가
하나 둘씩 잠이 들었다
잠이 들어서도 아이들은 할머니 꿈을 꿨다
그리고 어른이 된 오늘도 꿈을 꾼다. 아련하게 또렷하게

 

<뷰티라이프 201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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