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시골 마을 입구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동네에 들어설 때마다 나무에 경배했다
마치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수호신 같았다
때가 되면 그 나무에 풍장을 치며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꼬맹이들은 나무 아래에서 놀았고 나무를 타고 놀았다
까치들은 느티나무에서 아침이 왔음을 온 동네 사람들에게 알렸다
서러운 일이 있던 날, 아버지와 느티나무를 찾았다
“봐라, 이 나무가 우람한 건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서 이렇게 혹을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그때 나무는 상처를 먹고 자란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상처에 상처가 덧나 쓰라린 오늘,
개 짖는 마을 풍경, 바람 소리 내는 느티나무 생각나고......
<뷰티라이프> 2010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