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침묵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19호 아주머니가 막걸리
세 통을 들고 초인종을
누릅니다 나는 초인종 소리가
싫습니다 막걸리 한 통이 초인종을
누릅니다 그녀에게도 고민은
많습니다 듣다보니
산적합니다 내 골칫거리보다도
많습니다 술을 따르는 그녀의 손등이 형광등 아래
빛납니다 가만히 껴안아줍니다
밖에서는 벚꽃 영그는 소리 여간 소란스럽지
않습니다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습니다 그녀의 전율이 내 젖꼭지에
전선 위의 참새처럼 다가옵니다
내 고민이 뭔지 아니?
김종삼 시집 위에 따르다 만 막걸리 반 통이
바람소리를 내며 놓여 있습니다
내 혀는 그녀의 자궁을 향해 고래처럼
질주합니다 석양이 노랗게 물드는 게
보입니다 사자는 초원 위에서도 편안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파르르 파르르 떠는 손끝을 보며 고민을
생각합니다 마침내 그녀가 내 눈을
바라봅니다 나는 그녀의 가슴만을
애무합니다
밖에서는 봄꽃 피는 소리 요란하고
석양은 노오랗게 물들었습니다
나도, 그녀도 고민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하지
않습니다
봄날이 다 가도록 침묵합니다
<뷰티라이프> 2013년 5월호